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2%대로 내려가 한숨 돌리나 했더니 2월 다시 3.1%로 오른 뒤 두 달 연속 3%대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일·채소값 폭등세가 계속된 데다 국제유가마저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가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하고, 반도체 수출 반등에 따른 경기 회복의 불씨를 다시 꺼뜨릴까 걱정스럽다.
정부가 지난달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 원을 투입했는데도 물가는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20.5% 상승해 전달(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 넘게 올랐다. 사과(88.2%)와 배(87.8%)는 각각 1980년 1월과 1975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정부가 어제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초비상 상황이다.
끝모를 고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오히려 돈 풀기 경쟁으로 물가를 자극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자녀 이상 가구의 대학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내년에 5세부터 무상교육·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고, 아동수당을 확대해 17세까지 월 20만 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도 2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통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추가, 철도 지하화, 신공항·한국형 아우토반 건설,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 확대 등 대규모 개발·복지 정책을 쏟아냈다.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돈을 풀거나 개발심리를 자극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총선이 끝나면 그동안 인상이 미뤄진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수 있는 데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도 심상찮아 물가 압박 요인은 여전하다. 고물가는 서민 생계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목전의 총선 승리만을 염두에 두고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민생과 서민을 생각한다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 돈 풀기, 퍼주기 경쟁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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