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을 앞두고 일부 지역구 후보들이 유권자 표심에 편승해 정부·민간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선 지난해 3월 허가된 데이터센터 건물 신축을 앞두고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고양시장에게 사업의 직권 취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관이 추진하는 서울 강동구 동부중독재활센터 설립을 두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양당 후보는 “마약 퇴치는 필요하지만, 주민 동의 없이 초등학교 수백 m 옆에 이런 시설은 곤란하다”며 위치 선정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양시 주민들은 서버·저장장치 등을 두는 데이터센터에서 나올 전자파와 소음, 열섬현상 등을 우려한다. 고양시는 유관기관 20곳과 협의해 ‘문제없다’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한다. 동일한 반대에 직면했던 안양시의 의뢰조사에선 전자파가 50m 밖에선 기준치의 1만분의 1, 실내에선 10분의 1 정도로 측정됐다. 그렇다면 총선 후보가 할 일은 과학적 근거 자료부터 확인하고 유권자의 오해를 푸는 일 아니겠나. 이런 기본 인프라 구축이 주민 반대로 무산된다면 그 피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강동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우리 이웃일 수 있는 재활 치료 대상자의 공간은 어디에든 지어야 한다.
주민들이 갖는 ‘필요한 건 맞지만 우리 동네 뒷마당엔 안 된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심리는 근년 들어 더 나빠졌다. 과거에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나 쓰레기 매립장 등 생명안전과 혐오의 영역에서 님비가 주로 빚어졌다. 근년 들어선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장애인 학교나 대규모 임대아파트 반대로 확대됐다. 이럴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집값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사회적 약자를 품는 공동체 구성에까지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것이 현실이 돼버렸다. 여기에 편승하고 나아가 부추기기까지 한다는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의 기본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인천 쓰레기 매립장, 전북 부안군 방폐장 등으로 갈등 비용을 치렀다. 정부의 소통 부족 또는 외부의 힘 등이 복합 작용한 탓도 있었다. 동시에 반발 초기에 필요한 설명을 정확히 못 하는 바람에 갈등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사업 초기 국회의원이건 후보자건 공직을 선택한 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더 큰 안목에서 사안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다수 여론과 마주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누가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위하는 리더인지는 이럴 때 드러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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