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업체들이 문제가 있어 8년 전 판매 중단한 서비스 상품을 그 이전 가입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해지를 권유하지 않고 유지해 9000억 원 넘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카드대금 명세서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는 고객 중에선 수수료가 계속 빠져나가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롯데·비씨·삼성·신한·하나·현대·KB국민 등 7개 카드사는 약 100만 명의 고객에게 ‘카드 이용대금 채무 면제·유예 서비스’ 수수료로 2017년 이후 9010억 원을 받았다. 사망, 질병 등으로 고객이 카드대금을 못 내게 됐을 때 빚을 면제·유예해주는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가입 고객은 매달 카드 결제액, 카드론 등 사용액의 0.3∼0.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 상품은 설명 부족 등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어 2016년 8월 이후 판매가 중단됐다. 그런 상황이라면 카드사들은 이전에 가입한 고객에게도 관련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계약 해지를 권유했어야 했다. 하지만 일부 카드사만 서비스 해지 의사를 물었을 뿐 다수의 카드사는 적극적으로 해지를 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00만 명에 이르는 고객이 별생각 없이 서비스를 유지했고, 그 사이 많게는 수백만 원씩 수수료를 냈다고 한다. 사망, 질병 등의 이유로 카드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보상액도 받은 수수료의 15.6%에 그쳐 혜택에 비해 수수료가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카드사들은 고금리, 경기 악화 탓에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지난해 이른바 ‘혜자 카드’(혜택이 좋은 카드)를 대거 단종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 대신 가입비가 높고 혜택을 줄인 카드 발급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국내 전업 카드사가 발급을 중단한 신용카드, 체크카드는 재작년의 4배나 된다.
수익을 좇아 고객에게 불리한 상품을 파는 금융회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 못한 고령층 등을 상대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 은행들은 결국 손실 배상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의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카드사들은 관련 상품의 실태를 파악해 정직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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