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를 ×같이” “몽둥이로 ×××”… 애들이 쓰면 혼낼 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00시 00분


3일 강원도 원주시 롯데시네마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 중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3일 오후 부산 사상구 일대 지원유세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024.04.03. 사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일 강원도 원주시 롯데시네마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 중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3일 오후 부산 사상구 일대 지원유세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024.04.03. 사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2대 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여야 대표들의 발언도 점점 격해지고 있다. 선거운동 초기만 해도 당 지도부가 나서서 후보들 입조심 시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 사령탑들이 전국을 돌면서 옮기기도 민망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요즘 거칠어진 입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다. 야당을 겨냥해 “정치를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 “쓰레기 같은 극단주의자” “너무너무 구질구질하고 찌질하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던 다짐은 잊은 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설화도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지지자를 “2찍”으로 비하하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을 흉내내며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 ××× 깨진”이라는 섬뜩한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남자들이 징징댄다”는 성차별적 표현이나(한 위원장), “때리는 의붓아버지와 계모” 같은 재혼 가정에 상처 주는 말(이 대표)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사투리 중에서도 “꼴잡” “칵 쎄리” 같은 거친 말을 골라 쓰고 있다.

선거 때마다 말조심을 다짐하면서도 막말을 못 참는 이유에 대해 선거꾼들은 역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편 후보는 지지층이 결집해 표를 얻고, 상대 후보는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돼 표를 잃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득표에 도움이 되면 상스러워 보여도 개의치 않겠다는 판단이 한심하고, 유권자 수준을 그리 낮추어 보나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어는커녕 “정치를 ×같이” “몽둥이로 ×××” 등 아이들이 쓰면 기겁하고 혼낼 말들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사람에게 누가 좋다고 표를 주겠나.

우리 정치가 공통분모를 찾지 못하고 갈수록 양극화하는 데는 극단적 정치언어 탓이 클 것이다. 상대를 “쓰레기” “2찍”이라며 삿대질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얼굴 맞대고 협치할 수 있겠나. 상대 정치인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국민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이다. 극단적 유튜버들이 저들끼리나 쓸 법한 저질 언어는 정치 혐오와 국론 분열만 부추길 뿐이다. 정치인은 말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말본새에 품위라고는 없는 사람부터 걸러내야 한다.
#여야 대표들의 발언#22대 총선#극단적 정치언어#정치 혐오#국론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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