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디지털 유목민 급증, 신사업 기회 쏟아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23시 33분


원격 근무를 활용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고 생활하는 디지털 유목민이 늘어나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미국 근로자 중 1700만 명 이상이 디지털 유목민으로, 이는 2019년 대비 131% 증가한 숫자다. 과거 세대가 추구했던 ‘좋은 삶’의 기준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도 늘었다. 이전에는 자기 소유의 집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이상적인 삶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일자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불안정해진 데다 주거와 교육, 생활비가 점점 더 비싸지면서 많은 사람이 주택 소유나 ‘9 to 5’ 근무와 같은 안정성의 상징을 비현실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게 됐다. 디지털 유목민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과 자동차 같은 소유물의 굴레에서 벗어나 생활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거주하며 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

디지털 유목민의 증가가 글로벌 비즈니스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첫째, 소유보다는 일시적인 접근성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한 예로 패션 스타트업 바이로테이션은 개인 간(P2P) 의류 대여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는 다른 사람에게서 옷을 빌려 입고 자신의 옷장을 수익원으로 활용할 기회를 얻게 됐다.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청소기, 자전거, 텐트, 프린터 같은 생활용품이 구비된 공용 물품 방이나 자판기를 설치해 주민들이 무료로 또는 사용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 라이브러리 오브 싱스는 8인용 테이블이나 대용량 가전제품같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품목을 개인 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디지털 유목민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와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 유목민의 일상은 한가로운 바닷가 휴양지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평온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한가롭지 않다. 정착하지 않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위한 단기 거주지와 일자리, 의료 및 금융 서비스, 교육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다. 실제로 기업은 디지털 유목민의 주요 거점인 발리, 불가리아 등의 지역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몬조와 와이즈 같은 은행 브랜드는 전 세계를 떠도는 소비자들을 위해 온라인으로만 관리할 수 있고 국제 거래 수수료가 없는 유연한 통화 계좌와 신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항공은 목적지에 맞는 옷을 빌리면 도착 시 배달해 주는 새로운 대여 서비스를 최근 출시해 여행객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도록 했다. 랜딩이나 커먼 같은 부동산 회사는 소비자가 수백 개의 도시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아파트를 임차할 수 있는 멤버십 기반의 임차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척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가치관과 삶의 목표가 변화하는 데 발맞춰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디지털 유목민 공동체가 물리적 공간에 덜 얽매이면서 이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많은 문화권에서 유목민의 생활 방식은 여전히 표준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플루미아와 같은 스타트업은 글로벌 이동성을 생활 양식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비자 옵션, 커뮤니티 구축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기업은 유목민의 생활 양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며 트렌드가 변화하는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 즉, 유목민에게 특별한 혜택이나 혁신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치 체계와 이념의 흐름에 진심으로 공감하면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점점 더 유연하고 적응력이 강한 생활 방식을 찾는 디지털 유목민 소비자들에게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다.

※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디지털 노마드로부터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라’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디지털 유목민#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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