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고 발생 9시간 만인 지난달 23일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공의들의 집단 병원 이탈 이후 이른바 ‘응급실 표류’ 사망 사건은 2월 23일 대전의 80대 여성과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의 3세 여아에 이어 충청권에서만 세 번째다. 정부에 따르면 첫 번째 사례는 전공의 사태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두 사례는 조사 중이다.
전신주 사고를 당한 여성은 발목이 부러지고 복강 내출혈이 발생해 급히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19 구급대는 장비 부족으로 복강 내출혈은 파악하지 못하고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에 연락했는데 ‘골절 환자는 외상센터로 가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시내 병원에서 발목 수술을 받다가 복강 내출혈이 발견돼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전원 요청을 했지만 ‘외과 교수가 수술 중’이라며 거부당하고, 100km 떨어진 경기 수원의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전공의 사태로 응급실 표류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의사 부족보다 부실한 응급의료 체계 탓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채용해 대형병원 중 처음으로 정상 진료를 선언한 곳이다. 하지만 환자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전문의 7명이 24시간 교대로 지킨다는 응급실도 무용지물이 됐다. 전원 가능한 병원을 알려주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시스템이 있는데도 구급대는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느라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공교롭게도 3건의 응급실 표류 사건이 발생한 충청권은 정부의 대학별 의대 정원 증원분 배정 결과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증원이 이뤄진 지역이다. 하지만 10년 후 배출될 의사가 당장의 의료 공백을 메워줄 수는 없다. 구급대의 환자 분류 역량을 강화하고,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응급의료 전원체계 이용률을 높이며, 응급환자를 볼수록 적자가 쌓이는 수가 체계를 손보는 등 의사 증원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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