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3배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매출 역시 다섯 분기 만에 70조 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반도체사업 부문이 5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수출과 연관 산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연간 15조 원의 적자를 낸 반도체 부문이 1분기에 1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빅3’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업황 개선이 ‘반도체의 봄’을 넘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가 최대 주력 산업인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동안 세계 1위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고, AI와 자율주행 등으로 수요가 폭발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대만 TSMC에 크게 밀리고 있다. AI 학습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는 절대강자인 엔비디아의 그늘에 가려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도적 투자를 통해 혁신 기술들을 상용화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기업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인텔, 마이크론 등은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첨단 제품의 양산을 앞당기며 도전해 오고 있다. 일본·유럽·중국 등도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의 지원이라고는 연말에 끝나는 투자 세액공제가 전부다.
다시 찾아온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K반도체가 재도약하느냐, 도태하느냐를 가를 갈림길이 될 것이다. 반도체 전쟁이 국가 대항전이 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홀로 뛰도록 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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