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선거제도 불완전성 증명한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23시 12분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리거나 대중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2016년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3.8%포인트 차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를 결정했습니다. 이를 두고 유명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오만과 편견 52% 대 이성과 감성 48%’라고 해석했습니다.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제목을 인용한 거지요.

브렉시트 결정 다음 날 영국 인터넷을 도배한 검색어는 ‘브렉시트가 뭐야(What’s the Brexit)’라고 합니다. 어쩌면 많은 영국인들이 정작 브렉시트에 대해 잘 모르고 투표를 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케네스 애로 전 미 스탠퍼드대 교수(1921∼2017·사진)는 선거제도와 투표의 복잡성을 연구해 다양한 역설을 밝혀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불가능성의 정리’입니다. 합리적이면서도 모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인 투표나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앞서 언급한 브렉시트 투표가 그렇습니다. 분명 영국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됐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가 합리적이었다거나 영국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불가능성의 정리’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완벽한 선거제도를 찾기보다 목적과 상황에 따라 합리적·효율적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선거를 통해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장일치나 3분의 2 의결, 과반수, 다수결, 최다 득표 등 다양한 형태의 의사결정 방식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보완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수대표제를 만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네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일입니다. 높은 투표율도 선거가 대중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모두 한 표가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고, 투표권이 있는 학생들은 제대로 행사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민주사회#선거#불완전성#케네스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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