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항소하면서 “원심은 오로지 피고인들의 무죄를 위해 헌신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검찰은 “(원심은) 온정주의·조직이기주의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고 적었다. “이런 판결로 역사에 오점을 남길 바에는 차라리 다음 재판부에 넘기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1월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적용된 4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 등 어떤 것도 인정되지 않았다. 당초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할 때부터 법원 안팎에서는 통상적인 의견 절차와 인사 평가까지 무리하게 직권남용으로 몰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 결과 1심에서 전부 무죄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검찰로서는 혐의 적용에 지나친 점은 없었는지, 증거와 법리는 탄탄했는지 등을 돌아봤어야 했다. 항소이유서에는 이를 보충하는 내용만 적었으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굳이 항소이유서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대하는 법원의 태도’라는 별도의 목차를 만들어 법원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검사가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증거를 제출해도 공소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1심 판결에) 깔려 있다”, “수사와 재판에서 보인 (법원) 관련자들의 행태는 속칭 ‘법꾸라지’들의 향연이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러니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무죄 판결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한 14명 중 지금까지 11명은 무죄가 확정되거나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양승태 코트’에서 사법행정권을 과도하게 행사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검찰이 이를 침소봉대해 재판에 넘긴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게 지금까지 법원의 판단이다. 검찰이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법원을 비난한다고 해서 부실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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