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미국 월가 최고의 비관론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다. 미국 주가가 한때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만발한 가운데 그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가 8%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에도 기준금리가 7%까지 오를 가능성을 경고했다. 올 들어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주식시장에 부는 훈풍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수준을 오히려 더 높였다.
▷JP모건은 단순히 미국 은행 중 하나가 아니다. 지난해 중소 규모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이 파산해 월가에 위기의 폭풍이 불어닥칠 순간에 그 은행을 인수함으로써 폭풍을 잠재운 것이 JP모건이다. JP모건은 미국 연준이 생기기 전에 사실상의 중앙은행 역할을 한 민간은행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한 것도 JP모건이다. 그래서 JP모건 CEO는 월가의 황제라고 불리고 그의 금리 전망이 남다르다는 건 관심을 끈다.
▷다이먼 CEO는 정부 개입 확대에 따른 막대한 재정 지출과 녹색 경제에 수반되는 기업의 비용 증가, 글로벌 공급망 조정 등이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고 꼽으면서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은 인상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봤다. 그가 꼽은 요인이 딱히 특별한 건 없다. 경제전문가들이 대부분 거론하는 것이다. 단지 그만이 이런 요인이 쉽게 극복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 냉정함을 잃지 않고 주목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지난해 ‘민주적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책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였고,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이 부상했듯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유사한 흐름이 부상하고 있다고 봤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영어에서 가장 무서운 문장은 ‘저는 정부에서 파견됐고 당신을 도와주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은 잊혀졌다. 정부 개입은 확대됐고 코로나는 그 확대를 부채질했다. 정부 개입 확대는 케인스주의에서 보듯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된다.
▷다이먼 CEO 발언의 핵심은 섣부른 낙관에 대한 경계다. 금리가 오랫동안 낮았기 때문에 투자자와 기업이 고금리 환경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적 사고’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미국조차 중하위층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보장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기업은 기업대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돈을 써야 하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인플레이션이 끝날 것으로 보느냐고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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