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절제된 입법권 행사로 수권 능력 보여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1일 03시 00분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비례의석을 포함해 170여 석을 얻어 21대 국회에 이어 2번 연속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의 우당(友黨)이라 할 수 있는 조국혁신당의 비례 의석까지 합치면 범야권은 180석을 훌쩍 넘게 됐다. 민주당이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법 권력을 쥐게 됐음을 의미한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했던 민주당은 2년도 채 안 돼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민주당의 비전과 역량이 높게 평가받은 결과로 보긴 어렵다. 사법 리스크에 처한 이재명 대표의 방탄 및 사당화 논란,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전직 당 대표의 탈당, ‘비명횡사’로 일컬어지는 비명계 공천 배제 등으로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 조짐도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승리한 건 집권세력의 불통과 오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강했고, 정권심판론에 다시 불을 댕긴 조국혁신당의 돌풍에 힘입은 바 크다.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반사이익 측면이 강하단 얘기다.

그런 만큼 민주당이 승리에 도취해 ‘입법 권력’의 오만에 빠진다면 민심이 돌아서는 건 한순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단독 과반 의석만으로도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하고 상임위원회 운영도 주도하게 됐다. 국무총리 등 인준 표결도 민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해졌다. 이런 국회 권력을 활용해 정국을 쥐락펴락하려는 유혹이 커질 것이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은 “(남은 임기) 3년은 너무 길다”며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 대표도 “(대통령이) 없으면 낫다”거나 “해고해야 한다”며 호응하듯 말했다. 두 대표가 차기 대권까지 겨냥한 선명성 경쟁에만 나선다면 22대 국회는 방향을 잃고 정국은 혼돈에 빠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국회를 더 생산적인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막대한 권한이 주어짐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견제만 하면 되는 야당이 아니라 국정의 한 축임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서두르고, 무엇을 내려놓을지를 구분해 내는 입법 안목을 검증받아야 한다. 입법 권한의 남용이 아닌 절제된 행사로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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