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는 1939년 출간한 ‘경제인의 종말’을 시작으로 경영자, 경영, 기업 등 자본주의 핵심을 담은 수많은 책을 남겼다. 이 중 개별 인간에 대한 탐구를 집대성한 책이 ‘피터 드러커 자서전’이다. 드러커는 이 책에서 그의 삶을 거쳐 간 사람들을 소개한다. 목차만 봐도 흥미롭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깨우쳐 준 할머니’, ‘교육의 길을 제시한 노처녀 자매 선생님’,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회주의자의 고백’ 등.
드러커는 책에서 ‘나는 언제나 개념보다는 다양한 인간에 더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가 만난 인물들은 드러커가 제시한 수많은 개념의 예시와 실증으로 활용됐다.
회사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만든 무형의 집합체다. 보이지 않는 규칙과 약속에 의해 목적을 달성하도록 일체화돼 있지만, 그 안에는 개별 존재들이 모여 있다. 그중 몇몇은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댄스나 드럼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고, 그림을 공부한다. 이렇게 개개인의 숨은 욕망과 자질은 가끔 조직 내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 아이디어로 구현된다. 인간은 획일적이지 않고 개별적 존재임을 인정하는 순간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면 알게 되고, 숫자나 통계가 풀지 못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요즘 개인화 마케팅을 시도한다. 개개인의 특성과 취향을 쪼개고 분석해 맞춤형 타깃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개별 인간을 관찰하고, 그 마음을 읽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퍼스널 컬러, MBTI 등 인간 탐구에 대한 분류법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요즘, 미래의 AI가 인간처럼 개별적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의 말에 해답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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