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 살핀다면서 시민사회수석 폐지하고 ‘법률수석’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5일 23시 57분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을 신설하고 시민사회수석실을 폐지하는 조직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권력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사실상의 민정수석 부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측은 신설되는 수석실에는 과거 민정수석과 같은 사정기관 장악 기능은 없고 법률수석도 가칭일 뿐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집권 직후 이름만 민심 청취와 관련 있을 뿐 실제 하는 일은 크게 달랐던 민정수석직을 폐지하면서 민심을 제대로 듣겠다고 시민사회수석실을 두더니 이제 와서 공직기강 등과 합쳐 새 수석실을 만든다고 하면 누가 순순히 민심 청취 강화라고 믿어주겠는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총선 압승 이후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을 국회 임기 만료 전에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수사기관은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수사의 칼 끝을 정권으로 돌릴 수도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의 대장동 재판 등을 흔들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대응에는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 정도로는 부족하고 그보다 고위직으로 사정 분야를 총괄하는 수석직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여긴 듯하다.

법률수석 신설의 주목적이 정말 그런 것이라면 민정수석을 폐지하게 된 이유는 벌써 다 잊어버렸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정권에서든 진보 정권에서든 수사기관을 무리하게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옷을 벗은 민정수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도 장관 등 요직을 검사 출신으로 채운 데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까지 신설해 경찰까지 장악해 놓고는 그것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지경까지 온 모양이다.

윤 대통령이 당면한 곤란한 상황은 검찰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서 벌어졌다.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 장악을 위해 민정수석 부활로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대통령과 인척이 관련된 사건일수록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더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조직 개편안#시민사회수석 폐지#법률수석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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