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영상 진단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장기간 고금리가 이어진 데다 최근 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회사 매출이 영 시원치 않다. 사장으로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中 대신 아시아 7개국 주목해야
10년 전이라면 ‘중국’에서 답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저렴한 인건비, 거대한 소비시장, 10% 내외의 경제성장률…. 수출을 하든, 현지 공장을 짓든 중국과 연결시키는 게 항상 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0여 년 동안 중국의 평균 노동자 임금은 2배로 올랐다. 2022년 기준 중국의 월 최저임금은 286달러(약 40만 원)로 베트남의 1.7배, 인도네시아의 1.6배다. 중국의 성장률은 5% 내외로 떨어졌다. 거기에 미중 무역갈등이란 큰 변수도 생겼다. 미국이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에 팔기 쉽지 않다. 또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자체 기술력을 크게 높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변했다. 중국 수출 붐에 따른 수혜자가 되기보다 지난 10년간 경쟁이 부각됐다”고 말할 정도다. 기회이긴커녕 위험이 되고 있기에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을 떠나고 있다.
그 기업들이 어디로 향할까. 바로 아시아다. 지난해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알타시아(Altasia)’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대안(Alternative)’과 ‘아시아(Asia)’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중국의 대안이 곧 아시아란 의미다. 동아일보는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자원(Natural resources) 부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수출 전진기지(Export hub)인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성장하는 세계 시장(World market)인 태국 필리핀 등 7개 국가를 ‘아시아 뉴(NEW) 7’으로 선정했다.
아시아 뉴7이 한국에 주는 기회는 크다. 중국은 14억 인구지만 아시아 7개국은 20억 인구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대중(對中) 수출액은 8.4% 줄었지만 아시아 뉴7 대상 수출액은 15.6% 증가했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180억4000만 달러 적자를 봤지만 아시아 뉴7과는 423억9000만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아시아 뉴7이 중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뉴7 국가 15개 도시에 근무하는 KOTRA 무역관장 15명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도 진행했다. 14명은 “한류 열풍이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새롭게 사업을 하기에 유리하다. 무역관장들은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기에 유망한 분야로 ‘의료기기’(8명), ‘친환경에너지’(8명) 등을 꼽았고, 수출하기 좋은 산업은 ‘의료기기’(13명), ‘화장품’(12명) 등을 언급했다.
국내 유입되는 투자 유치도 방법
다시 의료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 사장으로 돌아와 보자. 아시아 뉴7으로 사업을 확장해 보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만약 부담스럽다면, 국내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중국을 벗어난 글로벌 자금들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가운데, 그 종착지 중 하나는 한국이다. 지난해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고, 올해도 그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1분기 FDI는 10조 원에 육박하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99% 늘었고, 유형별로는 인수합병(M&A) 투자가 115% 증가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지금이 외국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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