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이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무총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비서실장으로 검토했다는 보도가 어제 나왔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커지자 3시간 뒤 대변인 공지문을 통해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박 전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 때 민주당 승리에 기여했던 인물이다.
대통령실이 공식 부인하면서 두 사람 기용설은 사그라들었지만 보도 경위를 감안할 때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 실제로 일부 참모들이 두 사람의 기용 가능성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박 전 의원 측에 총리직 비공식 제안이 있었다는 추가 보도도 나오고 있다.
총선 참패로 위기에 처한 대통령실이 야권 인사를 총리나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설령 협치 구상일지라도 일의 순서도 지키지 못했고 이들이 적임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 야당 견해를 국정에 반영하려면 대통령이 먼저 협치 의지를 밝히고, 야당 대표와 만나 국회의 총리 추천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게 순서 아닌가.
두 야당 인사는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친분이 있거나 대통령이 검사 시절 남다른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언론에 흘린 용산 참모들이 공식 인사-홍보라인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만일 대통령 부부의 측근 그룹이 기획했다면 대통령실 내부의 업무 난맥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공식 라인은 언론에 흘리고 대변인실은 공식 부인에 나서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상황이다. 당장 민주당에선 “야권 흔들기 공작정치”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국민의힘에선 “정체성에 안 맞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체 이런 인선 구상의 진원은 어디인가.
대통령실이 총리와 비서실장 교체의 뜻을 밝힌 것은 최악의 총선 민심을 확인한 직후다. 그런 만큼 인선 과정은 신중해야 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하며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 후보자 면면에 담긴 새로운 국정기조 메시지는 물론이고 그걸 공개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간보기 식으로 언론에 흘리고 주워담는 식으론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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