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떻게 해야 여야 협치인가.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반면교사를 찾을 수 있겠다. MB 정부는 2008년 소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를 딛고 한강 금강 등 4곳에서 사업을 동시에 추진했다. 속도전까지 벌여 MB 정부 임기 내 모두 완성했다.
4대강 사업 MB-민주-朴 협의했더라면
뒷거래처럼 들릴지라도, 정치에서 협치는 주고받는 거래 요소가 있다. 4대강 사업에는 MB 1인의 직인(職印)이 강렬히 남아 있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이 원하던 영산강 등 한두 곳에서만 공사하고, 그 결과를 확인한 뒤 나머지 강으로 확대했더라면 어땠을까. 민주당 대표에게는 ‘MB 사업을 크게 축소시켰다’는 공적이 돌아갈 테니 협력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친이-친박 갈등이 극심하던 그때 ‘여당 내 야당’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도 살폈어야 했다. 4대강 프로젝트의 결재란에 이명박, 민주당 대표, 박근혜 3인이 각각 도장(印)을 찍는 상상을 해 보자. 4대강은 MB 독식을 넘어서 협치 프로젝트로 거듭나고,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전부터 전체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나눠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기본시리즈 공약에 맞춰 14조 원대 추경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인플레 고통을 줄이겠다면서도 인플레를 유발할 돈 풀기에 나서면서 논란이 크지만, 일단 논외로 해 보자. 대통령은 이에 대해 며칠 전 “무분별한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친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과거 같았다면 이렇게 끝날 일이지만 지금은 달라야 한다. 대란(大亂)을 대치(大治)로 풀어야 할 만큼 용산은 사정이 급하다.
대통령이 수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통령 결재서류 옆 칸에 이 대표의 도장 찍는 공간을 두는 셈이 된다. 대통령은 민생과 협치의 이름으로 자기가 며칠 전 꺼내 든 반대를 거둬들여야 한다. 민주당이 엇비슷한 크기의 반대급부를 내놓으려면 ‘대통령의 정책’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외국인력 비자 완화 등 여러 건의 킬러규제 완화 법안을 이제라도 처리해 줘야 한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다음 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는데, 이런 주고받기 협치를 논의하기를 바란다.
양쪽 모두에 불편하고 낯선 일인 것은 맞다. 대통령은 권력의 생살을 떼주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이 대표도 지금이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진 대통령을 몰아붙일 기회라고 여길 것이다. 양쪽 극렬지지층은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타협이 없었더라면 사장됐을 프로젝트 2개는 실현되지 않나. 솔로몬의 재판처럼 위기에 빠진 국정을 걱정하는 진짜 어머니가 누구인지 살피는 기회도 있을 것이다.
협치와 절충은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에 달렸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상상력을 발휘해 민주당이 동의할 교환 패키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한쪽이 60 대 40으로 유리하다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40 대 60인 법안을 찾아 2, 3개 묶어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용산과 與, 손해보는 주고받기 추진해야
비슷한 타협이 없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입법에 반대가 많았던 법안일수록 총대를 메고 거래를 성사시킨 여야 정치인 이름을 법안에 넣곤 한다. 의원들이 반대한 정치자금규제법(매케인-파인골드법), 기업 회계장부에 대한 책임 수위를 높여 재계가 반발한 법(사베인스-옥슬리법)이 그런 사례다. 우리도 대타협의 물꼬를 튼 정치인의 이름을 단 ○○○-○○○법이 나와야 할 때가 됐다.
박영선 총리 구상은 어설픈 소동이 됐지만 그 정도로 용산이 절박하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였다. 용산과 여당은 조금 손해 보는 듯한 거래를 민주당과 시도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작은 손해 보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쓰러진 국정을 일으켜 세우는 기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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