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다음 주에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야당 대표와 회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4·10총선 후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대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야 영수회담의 물꼬가 트인 것은 늦게나마 바람직한 일이다. 현 정권 출범 후 2년 가까이 여야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대강 대치만 계속되면서 정치가 실종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야당 대표가 ‘형사 피고인’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워 만남 자체를 외면해 왔다. 이에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은 입법 독주로 맞섰고 여권은 거부권으로 대응하면서 민생은 표류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렇게 된 데는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 여권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정책을 집행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을 당연히 국정 시스템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집권 세력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담이 그동안 실종됐던 ‘정치의 복원’, 훼손된 국정 시스템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면서 대통령 거부권을 크게 제약할 정도의 압도적 여소야대가 윤 대통령 임기 끝까지 이어지게 됐다. 국정 추진 동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여권 내에서도 원심력이 커질 공산이 크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새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도 없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필요한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나 대통령 부인 관련 이슈, 이태원 참사 특별법,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감한 쟁점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사전 의제 조율을 놓고 힘겨루기가 예상되지만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협치는 시늉만 하는 자리가 돼선 안 된다.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며 타협의 묘를 찾기 바란다.
지금은 경제와 민생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인 만큼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오직 위기에 처한 국가를 어떻게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서로의 차이를 좁히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리(黨利)가 아닌 국익을 통 크게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