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 중 세 가지는 늙어감과 관련이 있다. 늙어감은 모든 인간이 거치는 길이며, 따라서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책에서 싱클레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노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노화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아니라 폭넓은 병리학적 결과(심장병, 알츠하이머 등)를 빚는 질병 과정으로 본다면, 전 세계 과학자들은 노화를 치료하고 중단시키고 역전시킬 혁신적인 요법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다. 시작은 노화를 숙명이 아닌 치료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본 노화 관련 서적 중 가장 선구적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 왔던 늙어감에 대한 전제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마누엘 칸트의 인식론적 대전환에 따르면, 우리는 인식이 대상에 의존하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지만, 사실 대상에 대한 인식은 주관의 선험적 형식에 의해 성립된다. 늙어감 역시 우리의 인식 밖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불변의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변적 현상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을 통해 노화 방지와 지연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시작될 수 있다.
요양원에서 하루라도 자원봉사하며 씹을 수 없는 이들을 먹여본 적이 있는가? 그들의 대소변을 받고 목욕시켜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이 누구며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이들을 겪고 나면, 늙어감과 맞서 싸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한 것임을 알게 된다. 늙어감과의 싸움은 늙어감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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