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7% 넘게 오르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상승 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본적으로는 ‘킹달러’로 불리는 달러 초강세 현상에 따라 전 세계 통화가 함께 겪고 있는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지고 출렁임이 심한 것이 문제다. 한국 경제가 그만큼 대외 취약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19일 1382.2원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종가인 1288.0원보다 7.3% 올랐다. 연초 3개월 반의 변동 폭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의 6.9%,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의 5.8%보다도 높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올해 들어 19일까지 4.7% 오른 것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더 눈에 띈다.
환율 상승 자체도 문제지만 하루하루 변동성도 지나치게 크다. 종가 기준으로 10원 이상 요동친 날이 지난달 이후 8일이나 된다. 예전 같으면 외환당국이 당장 구두 개입에 나서야 할 상황이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엔 환율이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16일에 역대 4번째로 장중 1400원을 찍었던 환율은 한미일 재무장관까지 구두 개입에 나서며 18일 1370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소식에 다시 장중 1390원대로 치솟는 등 급등락을 거듭했다.
환율이 불안한 오르내림을 계속하고 있지만 외환 방파제가 튼튼한지는 의문이 든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1년 말 4631억 달러에서 지난달 말 4192억 달러로 400억 달러 이상 줄었다. 지난해 정부는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 중 20조 원을 세수 펑크를 메우는 데 끌어 썼다. 환율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평기금을 변칙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3개의 전쟁’ 발발의 기로에 서는 등 세계 경제의 향방은 시계 제로에 빠져 있다. 이런 때일수록 외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환율이 요동치면 기업이 사업 전략을 짜기 힘들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실물경기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거시정책 운용에서 환율 안정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금융시장에서 한눈을 팔다간 자칫 한국 경제가 탈선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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