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를 열어 민주유공자법 제정안과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에는 민주당 소속 11명과 다른 야당 4명이 참석했고,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한 뒤 민주당이 다시 발의한 이른바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지난주 본회의로 직회부한 데 이은 두 번째 야당 단독 처리다.
야당의 잇단 단독 처리는 4·10총선 입법 휴지기를 끝내고 선거 압승의 기세를 몰아 묵은 쟁점 법안들을 한꺼번에 털어내기 위해 다시 실력 행사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본회의에 직회부되는 법안들은 모두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계류돼 있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 상병 특검법 같은 법안까지 무더기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대로라면 한 달여 남은 21대 국회는 막판까지 여야 대치 끝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법안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되면 결국 윤 대통령으로선 또다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첫 회동을 계기로 협치를 모색하겠다는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면서 거부권 행사를 차단하겠다는 게 야당의 의도로 보이지만, 말로는 협치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론 주먹을 들이대는 이중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총선 승리 이후의 민주당 분위기는 더욱 우려스럽다. 당장 중립성이 핵심 덕목이어야 할 국회의장을 놓고 후보로 나선 중진들은 하나같이 “명심(이 대표의 의중)이 나에게 있다”며 경쟁하고 있다. 여야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던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독식하겠다거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국회 재표결 요건을 낮추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민은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일방적 리더십과 그에 추종한 여당의 무능을 매섭게 심판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에는 헌법 개정과 대통령 탄핵, 나아가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를 가능케 하는 200석을 주지는 않았다. 여야 상호 견제와 타협의 정치를 주문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런 국민의 뜻을 오독해 다수의 횡포를 부린다면 민심의 역풍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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