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이나 빵집, 편의점 같은 가맹점들은 전국에 몇 개나 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가맹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가맹본부는 8759개, 가맹점은 35만2866개다. 2022년 전국 가맹점(33만5298개)의 평균 매출액은 점포당 약 3억3700만 원 수준이었다. 가맹점 매출만 산술적으로 113조 원이다. 그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2162조 원의 5.2%다. 가맹본부까지 합하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진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소수의 강성 점주들만의 방패 될 수도
모든 비즈니스가 그러하듯 프랜차이즈 산업도 ‘계약’을 기본으로 한다. 가맹본부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가맹점주들에게 판매할 물건, 조리법, 포장용기 등을 제공하고 브랜드까지 공유한다. 가맹점주들은 그 대가를 본부에 지불한다. 가맹본부로서는 효율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가맹점주들로서는 원가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미숙함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불협화음이 적잖이 생기곤 하지만, 어쨌든 둘은 한몸처럼 성장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가맹사업법)’은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단체행동권을 주는 게 핵심이다. 약자(가맹점)가 강자(가맹본부)에 맞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권리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국내 외식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한국에선 프랜차이즈 산업이 더 이상 미래가 없을 수도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업자와 사업자 간에는 계약의 이행과 불이행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한쪽에 단체행동권, 이른바 파업권을 준다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권리’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가맹본부 하나가 많게는 수만 개 가맹점과 계약하기에 점주 단체는 수십 또는 수백 개도 만들어질 수 있다. 가맹본부는 이들과 일일이 교섭하는 것도 어렵지만, 원활하게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점주들의 단체행동권 발동에도 대응해야 한다.
심지어 가맹점주들도 시큰둥하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이번 법이 통과돼 단체행동권을 갖게 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사실 정상적인 점주들 중 누가 가게를 닫고 시위하러 나가겠냐는 얘기다. 계 회장은 “개정안 내용은 2010년대 중반 가맹본부와의 교섭 자체가 어려웠을 때 주장했던 사안”이라며 “지금은 이미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협상하고 있기에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대다수 점주’가 아닌 ‘소수의 강성 점주’들만을 위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명백한 잘못을 저질러 계약 해지를 당했거나, 당할 위기에 놓인 점주들이 일단 가게 문을 걸어 잠근 채 시위에 나서도 본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런 부담은 다른 정상적인 점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프랜차이즈 산업 투자도 위축된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가맹점에 대한 가맹본부의 관리 부담이 커지면 당연히 가맹점 확장을 주저하게 된다. 꾸준히 늘고 있던 가맹본부 설립도 감소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과 취업 전 단기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가맹본부도, 가맹점주도 반기지 않는 법안을 ‘본회의 직회부’까지 하면서 요란하게 통과시키려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혹시 양대 노총이 미래의 조합원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가맹점주 단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노조’로 인정받진 못한다. 하지만 법적 노조가 아니면서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산하에 있는 화물연대본부처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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