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끝자락, 꽃잎 떨어지니 마음은 한결 싱숭생숭. 님은 가고 없는데 달빛 아래 한가로이 걸린 그네, 버들에 매인 말의 게으른 울음소리 바람결에 들리고, 제방 옆에는 텅 빈 꽃배 하나. 취한 듯 나른해진 몸, 온종일 작은 휘장에 머문다. 잠자려 날아든 제비는 은촛대 불빛 밖을 맴돌고, 녹음 우거진 숲에는 꾀꼬리 소리. 지고 남은 꽃마저 이젠 찾을 데가 없네.
음력 3월의 끝자락이면 봄도 다 저물 시기. 꽃다운 세월을 함께했던 이도 떠나고 꽃잎마저 사그라졌으니 춘삼월 호시절이 다했다는 아쉬움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연인이 떠난 자리에 휑하니 남겨진 건 주인 잃은 그네와 꽃배. 바람결에 들려오는 말 울음조차 활기를 잃었다. 무기력해진 채 휘장 안에 갇혀 지내는 힘겨운 하루하루. 호된 봄앓이가 시작된 듯하다. 잠자리를 찾은 제비가 놀라 달아나는 건 주인공이 지금 불면의 밤을 견디느라 촛불을 환하게 밝혀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우거진 녹음과 꾀꼬리 소리는 연인을 그리는 헛헛한 마음 탓에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주인공의 심란한 심정과 대조적으로 시 속의 강남 풍광은 차분하고 또 아름답다. 자질자질 잦아드는 꽃자리를 대신한 싱그러운 녹음, 경쾌한 꾀꼬리 소리는 시인의 심미안이 놓치지 않은 뜻밖의 경이이다. ‘망강남’은 곡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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