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위한 고민[내가 만난 명문장/이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9일 03시 00분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에 사는 우리 세대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정부서울청사 대리석 현판 글귀 중


정부서울청사 첫 출근길에 마주친 거대한 대리석 현판의 글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씀이라는데,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연설이 원전이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평생 민간기업에 몸담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일할 기회를 가졌다. 공직자의 길을 어떠한 자세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때 출근 중 마주친 이 문구가 한 줄기 빛이 되어 머리를 때렸다. ‘후손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명제를 마음에 아로새겼다. 내일과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현재 세대를 살아가는 자의 의무임을 각인하며, ‘멀리 길게 보는 공직자가 되자는 것이 내 공직 생활 좌우명이 되었다.

재임 기간 공무원 연금 개혁을 관철시키는 한편 공무원 인재 양성 제도를 정비하고, 성과연봉제를 늘리는 등 쉽지 않은 일들을 진척시켰는데, 모두 오늘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비정부기구(NGO)와 한 여러 활동, 책 집필도 마찬가지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민간기업에도 문화가 있고 영속성을 위한 비전이 있다. 그런데 요즘 정작 이를 이끌어 갈 국가와 공직사회의 문화가 흔들리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 세대가 더 좋은 환경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후배 공무원들이 국가의 미래와 비전이라는 큰 숲을 보는 시야를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

매일 출근하며 마주쳤던 위 글귀를 청사에 드나드는 다른 무수한 공무원들도 마주할 것이다. 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은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작은 씨앗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정부서울청사#현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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