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에 사는 우리 세대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정부서울청사 대리석 현판 글귀 중
정부서울청사 첫 출근길에 마주친 거대한 대리석 현판의 글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씀이라는데,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연설이 원전이다.
평생 민간기업에 몸담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일할 기회를 가졌다. 공직자의 길을 어떠한 자세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때 출근 중 마주친 이 문구가 한 줄기 빛이 되어 머리를 때렸다. ‘후손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명제를 마음에 아로새겼다. 내일과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현재 세대를 살아가는 자의 의무임을 각인하며, ‘멀리 길게 보는 공직자가 되자는 것이 내 공직 생활 좌우명이 되었다.
재임 기간 공무원 연금 개혁을 관철시키는 한편 공무원 인재 양성 제도를 정비하고, 성과연봉제를 늘리는 등 쉽지 않은 일들을 진척시켰는데, 모두 오늘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비정부기구(NGO)와 한 여러 활동, 책 집필도 마찬가지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민간기업에도 문화가 있고 영속성을 위한 비전이 있다. 그런데 요즘 정작 이를 이끌어 갈 국가와 공직사회의 문화가 흔들리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 세대가 더 좋은 환경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후배 공무원들이 국가의 미래와 비전이라는 큰 숲을 보는 시야를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
매일 출근하며 마주쳤던 위 글귀를 청사에 드나드는 다른 무수한 공무원들도 마주할 것이다. 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은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작은 씨앗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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