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와 해설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문선 씨(66)는 인생 후반전엔 교단에 섰다. 그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그는 요즘 ‘인생 3막’을 살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 연장전’이다. 연장전에서도 그는 여전히 활력이 넘친다. 어릴 때부터 사랑해 온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신문선 공간’을 만들었다. 4년 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18년 동안 살았던 지하 1층, 지상 3층의 단독주택을 개인용 미술관으로 꾸몄다. 일본 민예관과 태국의 짐 톰슨 하우스를 모델로 한 문화 예술 공간이다.
‘신문선 공간’에서는 그가 수십 년간 모아온 그림과 조각들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는다. ‘얼굴’ 작품이 많은 권순철 화백을 비롯해 이상원 화백, 변시지 화백, 서용선 화백 등의 작품이 많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지금은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언젠가는 대중에게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그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그림을 사느라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외부 특강이나 강연이 잡혀 있으면 나중에 들어올 강연료를 계산해 외상으로 그림을 산 적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있는 와우갤러리의 명예관장도 맡고 있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건물을 샀고, 2019년 그 건물에 갤러리를 열었다.
그림과 함께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아내 이송우 씨와 함께 인왕산 주변을 걷는 시간이다. 그는 “내게 운동은 밥이나 마찬가지다. 하루에 만 보는 기본으로 걷는다”며 “아내와 함께 걷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자주 다니는 길에는 ‘신문선 코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운문학도서관을 출발해 이빨바위-가온다리-전망대-해맞이 동산-수성동 계곡-택견 수련터-황학정을 왕복하는 코스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1시간 반가량 걸으면 걸음 수로 1만1000보 정도가 나온다.
뼛속까지 축구인인 그는 지금도 축구를 한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딴 ‘신문선축구클럽’을 만들어 한 달에 두세 번 모여 함께 공을 찬다. 그는 “많은 분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왔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축구로 돌아갈 것이다. ‘은퇴 해설’도 해보고 싶다. 평생 모은 그림을 통해서도 많은 분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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