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놓고 두 번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1년 4개월 전 막을 내렸던 첫 번째 판에서 ‘2년 유예’를 관철시켰던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는 폐지를 들고나왔다. 대통령이 연초부터 직접 나서 공식화한 목표다. 반대편에 선 야당은 그때처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사이 국회의원을 다시 뽑았지만 여소야대는 똑같다. 폐지는 법을 고쳐야 해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와 정부 안팎에선 둘 다 한 발씩 물러나 금투세 시행이 한 번 더 유예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물론 아직까진 양쪽 다 유예에 선을 긋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에 대해 “비겁한 결정”이라며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유예든 폐지든 금투세 시행을 미뤄 부자들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차질 없이 시행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첫 번째 판에서도 정부·여당과 야당은 합의 직전까지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두 번째 줄다리기는 언제쯤 끝날까. 앞선 판을 복기해 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정부는 2022년 9월 금투세 시행 일자를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확실하게 시행이 미뤄진 건 그해 12월 23일로 시행 딱 9일 전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도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그때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줄다리기 때처럼 다른 세제 개편 사항이나 내년 예산안 쟁점들과 얽히면 협상용 카드로 쓰이며 올 연말까지 결론이 안 날 수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속이 탄다. 30대 직장인 A 씨는 “다들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해서 국내 주식을 정리하고 미국 주식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해 번 돈이 1년에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는 구조다. 실제로 세금 부담이 커진 큰손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채권에 투자하는 이들은 더 문제다. 현재 채권 자본차익(매매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지 않는데,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차익이 250만 원만 넘어가도 세금을 내야 한다.
시행에 맞춰 돈을 쓴 곳들도 속이 타긴 매한가지다. 금투세 도입이 결정된 2020년 말부터 3년 동안 국내 10개 증권사가 컨설팅비와 전산 구축비 등으로 투입한 비용만 총 450억 원이라고 한다. 금투세를 걷는 방법 중 하나가 원천징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관련 전산 시스템 등을 개발, 구축해야 한다. 국세청도 금투세 과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미 230억 원을 썼다.
첫 번째 줄다리기가 한창일 때 한 자본시장 전문가가 했던 말이 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마저 쉽게 뒤집힌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없고 불안정성이 높다’고 여길 수 있어요.” 다시 되풀이된 금투세 뒤집기는 예측 가능성이 없는 국내 정책을 또 한 번 확인시켜줬다. 연말까지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결판을 짓는 게 그나마 남은 신뢰를 지키는 길임을 정부도 여야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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