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만에 법률수석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민심을 제때 정확히 전달하고 정책 조정과 공직 기강, 정보 통합 역할을 하는 수석급 비서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민정수석 폐지가 대선 공약이었던 점을 감안해 ‘민정수석 잔혹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정(司正) 기능을 빼고, 명칭도 민정수석 대신 법률수석으로 부를 거라고 한다.
관료-정치인 출신 대통령 참모와 달라야
그런데 법률수석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의 면면을 보면 대통령실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대부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고검장과 검사장 출신 고위 전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검찰 내 요직을 여러 번 맡았을 만큼 수사의 흐름이나 수사기관의 특성을 잘 알고, 후배 검사들과의 네트워크가 강하다. 민심 전달에 방점이 있다면 찾기 어려운 후보들이다.
여기에 역대 민정수석의 10명 중 6명 정도가 검사 출신이었다는 이력까지 더하면 명칭이 무엇이건 민정수석 같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법률수석은 공직자 인사 검증과 감찰 기능이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 대통령실 업무 전반의 위법성 여부를 심사하는 법률비서관실을 지휘하게 된다. 과거 반부패비서관실처럼 수사 정보를 수시로 보고받고,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더라도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권력기관을 인사와 감찰로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기관들의 군기반장’에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타이틀이 더해진 막강한 권한의 법률수석 자리가 의외로 인기가 없다. 공직을 제안받은 상당수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일부는 피해 다닌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무엇보다 검사 출신 대통령 밑에서 법률수석을 맡는 것이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수사 또는 법률 전반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역할이나 권한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권 중후반기라는 시점도 꺼림칙하다고 말한다. 권력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공직사회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는 악역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법률수석이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녹록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이 통과를 벼르는 채 상병, 김건희 여사 등 특검법에 대처해야 한다. 야당의 특검 추진에 반대하는 논리를 만들고, 혹시라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수사를 받게 되면 사실상 변호사 역할을 해야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사기관 개편이나 시대 흐름에 따라 법률수석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가령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데, 법률상 대통령실은 공수처 수사에 일절 관여할 수 없다. 간섭하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검은 ‘야당의 검찰’이어서 대통령실이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집권 중후반기 대통령실이 검찰의 수사를 찍어 누르려고 했을 땐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직언, 직언, 직언… ‘민정 잔혹사’ 피하는 길
이런 악조건 속에서 법률수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평균 재임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했고, 물러난 뒤 검찰 수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던 민정수석처럼 하면 안 된다. 승소하는 변호사가 되려면 의뢰인을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집무실 문을 2, 3번이 아닌 5, 6번이라도 다시 열고 들어가야 한다. 화가 난 대통령이 얼마 뒤 “그게 된다는 말이냐”라고 묻고, 결국 “그게 맞으면 자네들 뜻에 따라 하라”고 말할 때까지…. 다른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 연배가 낮은 검사 출신 참모들이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제대로 못 한 직언들을 줄기차게 하는 것, 그것이 법률수석의 유일한 생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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