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발전소 쓰레기소각장 등 이른바 기피시설을 건설할 때 주변 지역에 지역 발전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다. 기피시설을 수용한 지역 주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함으로써 건설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원금 집행 과정이 불신 받으면서 지원금 제도가 지역 발전은커녕 주민들 간 갈등만 부추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지원금 규모가 큰 발전소 사업을 둘러싼 반목이 심각하다.
현재 새울 원전 1·2호기를 가동 중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은 2014년 새울 3·4호기를 추가로 유치하고 자율 유치 대가로만 1500억 원을 받았지만 이 중 1279억 원은 10년이 지나도록 쓰지 못하고 방치해둔 상태다. 지원금 사업을 위해 출범한 주민협의회의 집행 권한과 협의회 회장의 불신임 문제 등을 놓고 줄소송전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어렵게 받아낸 자율 유치 지원금 중 화폐가치 하락으로 날린 돈만 276억 원이 넘는다. 경기 여주와 김포, 강원 양양 등에서도 지원금 내홍을 겪고 있다.
지원금을 눈먼 돈처럼 쓰다가 걸리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부산 기장군에서는 원전 지원금 관련 사업을 특정 업체에 대가를 받고 맡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의 대가로 지원된 어민 피해 상생 기금 70억 원 집행 과정에서도 비리 혐의가 포착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낙후된 지역을 살리겠다며 사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중앙정부도 지원금 규모만 키울 뿐 제대로 쓰이도록 제도화하는 데는 소홀히 하면서 화목했던 마을들이 천문학적 지원금을 감당 못해 두 동강 나는 상황이다.
지원금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면 꼭 필요하지만 내 집 뒷마당에 두기는 꺼리는 시설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시설 건립의 사회적 비용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지원금 사업을 추진할 대표성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우며, 계획 수립과 사업 집행 과정을 주민들과 공유해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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