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9월 받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백’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김 여사가 재미교포 최재영 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장면이 최 씨의 몰래카메라에 찍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지 6개월 만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된다. 일단 김 여사가 받은 선물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만큼 김 여사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 윤 대통령만 처벌된다. 대통령을 이런 혐의로 임기 내에 기소할 수는 없지만 수사할 수는 있다.
최 씨가 공개한 영상만으로는 ‘직무 관련성’과 ‘대통령의 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처벌 가능 여부를 떠나 대통령 부인이 명품 백을 받는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수사는 본래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따져 본 뒤 하는 게 정도다. 그러나 대통령과 주변 인물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난 의혹이라면 일단 수사를 시작한 뒤 처벌이 가능한지 판단하는 것이 대통령과 검찰의 권력관계를 고려할 때 더 공정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총장의 수사 지시는 경찰이 최 씨의 김 여사 스토킹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 직후에 나왔다. 최 씨만 수사하고 김 여사를 수사하지 않는다면 모양이 더 이상해진다. 검찰 수사가 균형 맞추기의 인상을 주려는 시늉이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부부에 대해 박절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관저 입주 전이어서 출입자 통제가 허술했던 시기에 이뤄진 일인 만큼 여러 가지 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김 여사가 받는 의혹 중에서 사실로 확인된다면 더 심각한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명품 백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은 미진한 상태로 남겨두는 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덮으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주가조작 의혹도 이번에 추가 수사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김 여사 의혹이 한 점도 남지 않도록 수사하고 책임을 물을 건 묻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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