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의 기원은 어머니날이다. 필자도 아버지지만 참 이게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생각할수록 어이없다. 전쟁이 끝나면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의 회고록, 수기 등이 간행된다. ‘안네의 일기’처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도 있지만, 가족들의 권고로 혹은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남기는 글들도 많다. 오키나와처럼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지역에서 지역사, 집단기억의 일환으로 기록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의 회고록도 도서관 서고 하나를 채울 만큼 많다고 한다.
참전 군인들의 이야기는 그래도 읽을 만하다. 읽기 힘든 기록이 부녀자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전쟁은 수많은 비극과 잔혹함을 몰고 오지만, 그 폭풍 앞에 가장 연약한 상태로 노출되는 사람이 아이와 여자, 노약자들이다. 물론 그들이라고 다 약하지 않다. 어떨 때는 아이와 여자들이 더 강하고 끈질기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회고를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스러져간 사람들의 고난은 우리는 채 알지 못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고약한 전쟁을 피할 수는 없을까? 피하기는커녕 전쟁이 인류의 진보와 개혁, 기술의 발전을 촉진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가 누리는 문명과 자유가 지옥의 겁화 위에 세워졌다는 말이다. 솔직히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정도전의 개혁론과 세종의 많은 업적들은 14세기 고려가 겪었던 엄청난 전란이 없었더라면 결코 시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 후기의 사회 변화도 임진왜란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럼 전쟁이 필요악이란 말인가? 아니다. 파멸, 나락, 지옥을 경험하지 않고는 변하고 바꾸지 못하는 우리의 속성이 문제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고난의 기억을 쉽게 잊고, 눈앞의 이익과 편안함에 안주한다. 전쟁을 겪어야만 진보한다는 것이 인간의 비극이자 영원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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