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 현장. 항공 강국 도약을 꿈꾸는 중국이 2008년 국영기업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를 설립해 자체 개발에 성공한 중형 여객기 C919(사진)를 처음 마주했다. 국제무대 첫 등장이었다.
C919가 보잉과 에어버스로 양분된 중형기 시장에서 생존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C919는 부품의 60%를 미국과 유럽 등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의 핵심 부품인 엔진은 미국과 프랑스 합작사인 CFM인터내셔널의 ‘리프(LEAP)’를 쓴다. 완제품을 제때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까지 C919는 1000대가 넘는 주문을 받았지만 고객에게 전달된 건 5대에 불과하다. 생산 체계와 운항 교육, 정비 인프라 체계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 항공 당국의 감항인증(항공기 안전성 등을 인정하는 증명)도 받지 못했다. C919를 도입하더라도 중국 말고는 운항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C919 이름이 적힌 항공기를 보고 있자니 부러움도 밀려왔다. 중형기 자체 생산에 성공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실제 이런 성과를 중심으로 중국의 항공 산업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의 항공산업은 설계-제조-판매-운영-정비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이 잘 갖춰져 있다. 장쑤성, 상하이시, 저장성, 베이징시, 광둥성 등 80여 개 지역에 항공 단지가 존재한다. C919 개발 초기에 수십 개에 불과하던 협력사도 200곳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부품 및 기술 국산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20년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미 정부는 엔진 기술 수출을 불허한다고 압박했다. 2021년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이 군사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코맥을 수출 규제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중국은 이런 위기를 국산화로 극복하고 있다. 2014년 중국 충칭시에 설립된 특수 유리 전문 기업 ATG는 항공기 조종석 창문을 개발해 C919에 납품하고 있다. 바이 이보 ATG 회장은 “과거 외국 기업들은 항공기 유리 수리와 폐기처분까지도 자체 인력만으로 했다”고 말했다. 자국 항공기에 장착된 부품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데 따른 울분이 조종석 창문 개발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른다. ATG는 2021년 중국 화웨이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는 등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차보쯔(卡脖子·‘목을 조른다’는 뜻) 기술이란 말이 있다. 선진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자립이 어려운 기술을 일컫는다. 중국과학원은 35개 기술을 ‘반드시 국산화 해야 할’ 차보쯔 기술로 규정했다. 항공기 엔진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엔진 개발자들에게 서신을 보내 “중국 항공기에 중국 엔진을 달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등의 견제가 오히려 중국 항공산업 발전을 견인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도 1993년 중형 항공기 개발에 도전했다. 1996년엔 한중 합작 여객기 개발사업도 추진됐지만, 1999년 예산 및 기술 확보 등의 문제로 중단됐다. 반면, 중국은 당시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 나갔다. 결국 ARJ21이라는 소형 항공기를 개발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C919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술 축적과 산업 지원을 통해 소형에 이어 중형 항공기까지 완성해낸 중국의 ‘항공굴기’는 부럽고 무섭기까지 하다.
※변종국 기자의 유튜브 채널 ‘떴다떴다 변비행’에서 관련 동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상용항공기(COMAC)의 중대형 민간 항공기 C919의 미래는?’ https://youtu.be/Jn3gkgmq2Hc?si=-4_51G6LJyUIC3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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