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하면, 대한민국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을 전 사회에 한번 던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연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전의 방법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게 개인적 의견”이라며 “저성장, 저출산 등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정부, 경제계, 시민사회가 함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던진 화두는 우리 사회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그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다. 7년 뒤엔 국민 절반이 50세 이상이 되고, 9년 뒤엔 초등학교 입학생이 지금의 절반이다. 14년 뒤에는 군대 유지에 필수적인 신규 입영 대상자가 20만 명 밑으로 추락하고, 20년 후에는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약 1000만 명 줄어든다.
아직 선진국 대열에 안착하지 못했으면서 벌써 1%대의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성장을 이끌 새로운 대표선수를 찾지 못해 2000년대 이후 10대 수출품목은 거의 변화가 없다. 한국 경제에 축복이었던 중국 효과는 사라졌다. 이제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하나에만 의존해 위태로운 외발뛰기를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던 해외 각국은 이제 걱정스러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식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피크 코리아’론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은 느긋하기만 하다. 한국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 게 18년 전인데 그동안 출산율은 오히려 악화되고만 있다.
예정된 소멸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출하려면 저출산, 저성장 문제 해결에 다걸기를 해야 한다.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환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를 통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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