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응시율이 급락하고 있다. 올해 9급 공채 평균 경쟁률은 21.8 대 1로 1992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다. 학생 희망 직업에서도 공무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첫째, 저임금이다. 공무원의 보수 인상률은 최근 5년간 평균 1.72%에 불과했다. 물가 인상률을 고려하면 공무원의 실질임금은 해마다 삭감되어 온 셈이다. 같은 기간 민간 임금 인상률은 평균 3.3%였다. 급여만이 아니다. 공무원의 꽃이라 불렸던 공무원연금은 놀랍게도 현재 국민연금에 비해 불리하다. 1996년부터 4차례 이뤄진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것이 그 골자였다.
둘째, 과중한 업무다. 화재, 폭우, 폭설, 태풍에 모두 공무원이 동원된다. 자연재난뿐만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화상병, 지역축제, 선거까지 온갖 행사가 다 공무원 업무다. 퇴근 후든 주말이든 마음 편할 날 없다. 일상 업무도 마찬가지다. 바가지 문제로 뜨거웠던 지역축제 담당자는 보통 한 명이다. 심지어 그 한 명이 축제 하나만 맡는 일은 없다. 행정 수요도 갈수록 늘어간다. 지자체 드론 담당자는 누구일까? AI 담당자는 누구이고 자율주행 담당자는 누구일까? 한정된 인력으로 삼라만상을 다 관장할 수는 없기에 이름만 올려놓기 다반사다.
셋째, 잦은 욕설, 폭행 피해다. 구제받을 길도 요원하다. ‘법원권근’이라 했던가. 공무원을 지켜주는 법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지팡이로, 주먹으로 맞는다. 신상털기를 당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회자조차 되지 않는다.
넷째, 경직된 조직문화다. 물론 안정성은 행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 발전을 추구한다. 경직된 조직에서 이런 직원들의 제안은 흔히 묵살된다. 아니, 혼나지만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더 이상 도전하지 않게 된다.
다섯째, 공무원을 향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다. 그래도 젊은 인재들에게 최후의 보루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명감이다.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은 공무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가 터지면 바로 공무원 탓이 시작된다. ‘공무원이 돈 받아먹은 거 아냐?’ ‘공무원이 일을 안 했네.’
물론 공무원이 무조건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거나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좋은 인재들이 민간으로 진출해 활약한다면 국가 경쟁력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를 뒷받침하는 공적 서비스도 중요하다. 경쟁률 하락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무원 경시 풍조가 이런 공적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어디선가 한 공무원이 올린 하소연 글에 이런 댓글이 달린 것을 보았다. ‘누칼협(누가 칼 들고 공무원 하라고 협박했냐)?’ 본인이 선택했으니 불평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런데 나는 정말 불평마저 사라질까 두렵다. 어차피 잘리지도 않는데 대충 처리하고, 불공정한 일을 봐도 불평하지도 않고. 그럼 언젠가는 시민에게 되레 이렇게 말하는 공무원이 나올지 모른다. “신청 접수 못 해줘. 누가 서류 제대로 준비 안 해오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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