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는 42세가 되던 해 자신의 가족을 묘사한 ‘예술가의 가족’(1911년·사진)을 그렸다. 처음으로 한 화면 안에 온 가족을 등장시켰다. 가족들은 현란한 인테리어를 한 실내에 함께 있지만, 그다지 즐겁거나 화목해 보이지는 않는다. 화가는 왜 이런 모습을 그린 걸까? 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림 속 배경은 그가 가족과 함께 살던 파리의 아파트다. 바닥에는 화려한 패턴의 양탄자가 깔려 있고, 벽난로 위 선반에는 꽃병과 조각상이 놓여 있다. 붉은 옷을 입은 두 아들은 체스를 두고 있고, 아내 아멜리는 소파에 앉아 뜨개질 중이다. 오른쪽에 서 있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마르그리트다. 아멜리와 결혼 전 사귀던 여성에게서 낳은 딸이다. 이들은 한 공간에 있지만 각자 일에 몰두할 뿐 서로 어떤 교감도 없다.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와 한 아이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사실 마티스는 이 그림을 그릴 무렵 아내와 갈등을 겪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현실적인 공생관계였다. 가난한 화가였던 마티스는 어린 딸을 양육해주고 자신을 뒷바라지해 줄 아내가 필요했고, 아멜리는 모자 가게를 운영하며 남편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내조했다. 아내는 뮤즈이자 매니저 역할까지 자처하며 마티스의 경력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러나 마티스는 그런 아내에게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 했다.
“식구들 생각만 하면 골치가 지끈거린다.” 1911년 5월 26일 마티스가 이 그림을 언급하며 쓴 글이다. 화가로서 성공하고픈 야망과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의 갈등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마티스는 가족을 ‘순전히 시각적인’ 역할을 하는 실내 장식의 부속물로 표현했다. 그에게 색채는 운율과 리듬이 있는 하나의 음악이었다. 가족마저도 그림의 도구로 여길 정도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늘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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