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시점 이전 납입 보험료는 구연금 계정
이후 납입금은 新계정으로 운용해 급여 지급
재정 안정과 미래세대 연금 보장 모두 충족
국민연금 공론화 과정에서 모수(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대안별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공론화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1안을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2안보다 더 선호하는 것(56.0% 대 42.6%)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민들은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보다는 내 노후 소득을 더욱 많이 보장받고 싶어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민주국가에서 다수의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연금개혁이 없을 경우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5년 고갈되고 1안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할 경우 적립기금은 2061년 고갈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안의 경우 2061년 적립기금 고갈 이후 공론화 과정에서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2015년생은 22.2%, 2025년생은 29.6%, 2035년생은 36.1%의 평균 보험료를 납부해야 현재 세대들이 약속된 소득대체율 50%의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각종 세금, 건강보험료 외에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30∼40%를 납부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이 소득대체율 40%를 보장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율은 19.8%이고, 소득대체율 50%를 보장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율은 24.8%라고 한다. 1안(소득대체율 50%)의 보험료율 13%, 2안(소득대체율 40%)의 보험료율 12%와는 큰 차이가 있다. 소득대체율에 상응되는 보험료율로 인상하지 않는 것은 그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다. 현재 세대들은 본인들의 급여를 위한 보험료율로 인상하는 것이 경제 여건상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래 국민연금 가입자들, 미래 납세자들은 왜 현재 세대,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를 위해 부담하는 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현재 세대보다 쉽게 동의해 줄 것으로 믿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느 회사에 직원 A와 B, 신입직원 C가 있다고 치자. 회사 급여가 너무 적다고 생각한 A와 B는 신입직원 C의 급여 소득을 반반으로 나누어 A와 B가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다수인 A와 B는 이와 같은 합의를 혹시 C가 동의하지 않을까 봐 회사 규정에 C의 소득을 A와 B에게 모두 나누어주도록 명시했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신입직원 C는 묵묵히 자신의 소득을 A와 B에게 나누어 줄까? C가 소득도 얻지 못하는 회사를 계속해서 다닐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2003년부터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해서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재정이 안정적으로 지속돼야만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게 기존에 약속된 급여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재정이 안정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은 적립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뿐 아니라, 본인이 받는 급여 총액이 본인이 낸 보험료와 이를 운용한 수익보다 과도하게 크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 수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KDI의 신승룡 박사와 필자는 2월 국민연금을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분리하고 신연금은 개혁 시점부터 납입하는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운용수익에 맞춰 급여를 지급해 완전적립방식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에서도 미래 세대에 최대의 급여를 보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개혁 시점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한다. 만약 2024년에 국민연금 개혁을 한다면, 개혁 이전에 약속된 급여산식에 따라 연금급여를 지급하게 될 때 2024년 현재 가치 609조 원의 재정부족분이 발생하게 된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해결하기에 너무 큰 액수라 하고, 일부 전문가는 너무 적게 산출된 수치라고 말한다. 이 재정부족분은 신연금 개혁의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까지 국민연금에서 발생해 존재하는 재정부족분이다. 분명한 것은 신구 계정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이 재정부족분은 미래의 국민연금 가입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현재 세대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해 22대 국회로 미뤘다. 정부와 정치권은 최소한 현재 세대의 약속된 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라도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이 부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아름다운 세대 간 연대”가 현재 세대의 이익뿐인 “아름답지 못한 세대 간 착취”로 변하게 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 조부모님께서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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