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될 회의록 작성 및 법원 제출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의대 증원을 논의한 회의록, 의대 현장 실사 자료 등을 제출하기로 한 10일이 하루 앞인데도 부처 간 혼선까지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간 4개 회의체를 통해 의사 증원을 논의해 왔다. 의료현안협의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그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교육부 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등이다. 교육부는 4일 의대 정원을 배분하는 배정위 회의 내용과 위원별 발언 요약본이 있다고 했다가 이튿날은 회의록의 존재 및 제출 여부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번복했다. 국무총리실이 다시 “배정위는 정상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했다”며 수습했으나 8일 교육부는 “회의록은 없고 요약 문서만 있다”고 이를 뒤집었다. 부처 간 딴소리도 한심하지만 의대 정원 배분과 같은 중요 정책을 추진하며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복지부는 7일 보정심과 그 산하 전문위는 회의록을 작성,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결 기구가 아닌 전문위 회의록은 없다는 입장이 이틀 만에 뒤바뀐 것이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의 근거로는 미흡한 회의록을 숨기려다가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일자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정부가 회의록 유무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증원 규모가 누구 한 사람의 지시는 아닌지, 정책 수립의 통상적인 절차를 건너뛴 결정은 아닌지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4개 회의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지만, 그 규모는 따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사 수급이 늘어야 한다는 데 합의를 이뤘지만 갑작스럽게 2000명이라는 숫자를 발표하고 이를 못 박은 배경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킨 부산대에 대해 학생 모집 정지를 운운하며 압박하고 나서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의정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더욱 격화될 공산이 크다. 의대 증원은 필요하지만 급하게 추진한 후폭풍이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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