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전하던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15% 급등한 적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중국을 깜짝 방문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이라 부르는 자율주행 기능을 중국에서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이것이 테슬라 실적에 얼마나 큰 호재인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대신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이거다. 중국 전기차는 이제 자율주행 시대로 넘어간다.
테슬라에 기대하는 메기 효과
자율주행 기술 강자인 테슬라에 중국 시장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왜 테슬라에 선선히 자기네 시장을 내주려 할까. 테슬라라는 대형 메기를 연못에 던져서 다른 물고기들(중국 전기차 제조사)이 더 빨리 헤엄치게 만들려는 전략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테슬라 메기 효과 덕을 본 적 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설립을 승인했다. 외국 자동차 제조사가 합작법인이 아닌 완전 소유로 중국에 생산공장을 연 건 최초였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중국은 양적으론 이미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는 ‘짝퉁’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그 시점에 정부가 대형 메기 테슬라를 풀었다. 2019년 말, 테슬라가 중국에서 만든 모델3가 막대한 보조금까지 받으며 출시됐다.
소비자는 열광했고, 전기차 기술과 품질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확 높아졌다. 기술에서 밀리던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한 속도전을 펼쳤다. 신모델 개발·출시를 불과 2년 만에 끝냈다. 선두업체 비야디(BYD)는 8만 위안(약 1500만 원) 이하 모델부터 100만 위안(약 1억9000만 원) 넘는 슈퍼카까지, 1년에 10종 넘게 신차를 쏟아냈다.
그 결과 2018년 10만 대였던 비야디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5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판매 1위에 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머스크조차 “그들의 자동차는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전기차 침투율이 이미 40%에 육박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화두는 이제 자율주행이다. 화웨이·샤오펑·리오토·샤오미·비야디 등 최근 2년 동안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 중국 제조사만 10곳이 넘는다. 이대로 가격경쟁 늪에 빠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최신 기술로 치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스마트 전기차’ 경쟁은 치열하지만 뚜렷한 강자는 보이지 않는다. 복잡한 시내 도로를 자율주행하기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알고리즘 기술에서 테슬라보다 2∼3년 뒤처져 있다. 쌓아둔 주행 데이터양에서도 격차가 크다. 테슬라가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기술력으론 압도할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의 무서운 모방 능력
하지만 중국 제조사는 이를 무섭게 뒤쫓아 올 것이다.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는 능력에서만큼은 중국 기업은 최고다. 과거 태양광 모듈·디스플레이가 그랬고, 스마트폰에서도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다. 일단 기술을 어느 정도만 따라잡으면, 그때부턴 막강한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을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이 테슬라의 FSD 중국 출시에 대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자신감을 보인 이유다.
“이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빨라야 추월할 수 있다.” 2022년 비야디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한 말이다. 중국의 빠른 물고기 떼가 이제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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