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뺨 맞아도 다시’ 마크롱의 각본 없는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0일 23시 21분


시민들과 설전을 자주 벌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재선 도전 유세를 위해 알자스 지역을 찾았을 때 일이다. “당신 때문에 살면서 처음으로 마린 르펜(당시 극우정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하려 한다.”(행인) “이유가 뭔가.”(마크롱) “당신만큼 형편없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오만하고 거짓말쟁이다.”(행인) “많은 토론거리를 줘서 감사하다. 하지만 당신이 계속 당신 생각만 하면 우린 토론을 할 수 없다.”(마크롱)

▷마크롱 대통령이 시민들과 만나는 현장에선 계란이나 토마토가 심심치 않게 날아든다. 극우 청년에게 뺨을 맞는 봉변도 있었다. 이 청년은 마크롱과 악수를 하다 다른 손으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 대통령이 폭행을 당한 중대 사건이지만 마크롱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폭행 위협이 있더라도 계속 소통할 것”이라며 다시 시민들을 만났다. 이후 영부인과 산책 중 시위대를 만났을 땐 “고함치지 말고 냉정히 말해 달라”며 토론을 청하기도 했다.

▷마크롱의 소통 행보를 ‘쇼’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면서 반대 여론을 끌어안는 것처럼 보이려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마크롱이 추진해 온 정책들을 보면 그런 쇼라도 해야 할 만한 사안이 적지 않다. 집권 초기부터 고용과 해고를 수월하게 만들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유류세 인상을 시도해 노조와 화물기사들의 저항을 불렀다.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춘 연금개혁 역시 국민 70%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켰다. 여론을 수습하지 못하면 정권이 흔들릴 만한 이슈들이다.

▷과거 정부가 미뤄 온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니 지지율이 높을 리 없다. 연금개혁 직후 26%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요즘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위축될 법도 한데 마크롱은 더 거침없는 대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며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시위대 틈에 파고들어가 “프라이팬으로는 프랑스를 전진시킬 수 없다”고 설득하고 ‘연금 반대 시민’ 500명을 초대해 200분간 스탠딩 토론을 벌였다. 최근에는 농업박람회에 방문했다가 농업용 경유 면세 폐지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야유를 퍼붓자 농민 수십 명과 즉석 토론을 했다.

▷‘트랙터 시위(농업개혁 반대)’ ‘노란조끼 시위(노동개혁 반대)’ ‘프라이팬 시위(연금개혁 반대)’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지만 대통령이 시위대와도 기꺼이 마주 앉는 게 프랑스의 민주주의다. 대통령이 불편해할 목소리는 경호원들 선에서 ‘입틀막’ 되는 한국과 다른 대목이다. 9일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리긴 했지만 추가 질문 기회가 없어 토론을 못 하는 구조에선 소통을 기대하기 어렵다. 마크롱이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나온 재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대화를 통한 정면 돌파 전략이 한몫을 했다. 성공한 정치인이 되려면 까다롭고 날 선 질문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각본 없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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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4-05-11 09:34:24

    문어벙때 이런 글 좀 쓰지 그랬니.

  • 2024-05-11 08:12:49

    윤석열에 질문 1. 바이든 날리면 ×× 맞나? 2. 주가조작 수사방해했나? 3. 특검거부하는 인간이 범인맞나? 4. 디오르뇌물 알았지? 5.천공한테 충성맹세했나? 6. 예비비 삥땅했나? 7. 해병대수사단에 격노해서 수사방해했나? 8. 최순실 태블릿 조작했나? 9.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댓가는? 10. 대장동특검 왜 거부했나? 11. 의대 2000명 증원 술먹고 객기부렸나? 12. 부산엑스포 영어연설로 표 날아갔나? 13. 해외순방시 기내에서 EPL축구중계봤나? 14. 회먹고영화보고 니돈 냈나? 15. 아버지빽으로 대학들어갔나?...

  • 2024-05-11 08:12:55

    건들건들 헛소리, 도리도리 헛소리, 지껄지껄 헛소리에, 광기어린 표정, 살기띤 눈빛, 천박한 입놀림에, 남탓에 뒤집어씌우기... 떠넘기기 책임회피, 내편결집 갈라치기, 곤란한건 동문서답, 인격파탄 자화자찬, 대본읽기 떠듬떠듬, 아는척 두루뭉실, 주워들은 횡설수설, 위선적인 국민팔기, 사고치고 변명꼴값, 인상쓰고 버럭버럭, 말끝마다 거짓말 거짓말~~가짜 뉴스탓, 이재명탓, 언론탓, 전정부탓이라 우기고...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고, 추문을 또다른 추문으로 덮고, 사고치고 국가기관 동원하여 불법적 방탄 방탄~~남은 3년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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