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끝내 끔찍한 살인 장면까지 생중계했다. 그제 대낮 부산의 법원 앞에서 한 유튜버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50대 유튜버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범인과 피해자는 온라인 방송에서 서로 비방을 주고받았고, 폭행과 수십 건의 소송전 끝에 칼부림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팬분들 112 신고 준비”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 중이었고, 살인 현장의 비명과 피해자가 흘린 피가 유튜브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범인은 검거 직후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마지막 인사 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의 불량 콘텐츠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과거엔 선정적 방송 등이 주로 문제가 됐지만 요즘엔 온라인 다툼의 당사자들이 실제로 만나서 싸우는 ‘현피’, 경쟁적으로 술을 마시는 ‘간팔이 방송’과 동석자 조리돌림, 인신공격성 합동방송, 폭행과 폭언이 난무하는 ‘헬파티’ 등이 나오더니 피해자의 자살 시도가 생중계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다 살인 참극까지 실시간으로 방송된 것이다.
이성을 상실한 채 자극적 내용으로 수익만을 좇는 막장 유튜버 문화가 앞으로 어떤 지경에 이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방송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가이드라인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자가 정책에 어긋나는 영상을 삭제한다지만 새로 올라오는 영상이 더 많다. 라이브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해 불특정 다수가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폭력, 범죄가 난무하는 걸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우선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독일은 모욕, 악의적 비방, 폭력물 반포 등 형법상 22개 범죄를 불법 콘텐츠로 명시하고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소셜네트워크 사업자에게 무거운 과태료를 물리는 ‘네트워크 집행법’으로 효과를 봤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도입한 디지털서비스법(DSA)도 골자가 같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통신망법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 이용자가 불량 콘텐츠를 거를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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