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던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 심사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8월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자로 각계에서 천거한 인사들 가운데 심사를 받는 데 동의한 55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법관 후보로 적합한지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인데, 이 명단에 이 전 후보자가 포함됐다. 이 전 후보자가 대법관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낙마한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비롯한 재산신고 누락 등 본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들 때문이었다. 이 전 후보자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한 채 ‘신고 대상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가 대법원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낙마 이후 이 사안에 대해 심사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이 전 후보자에게 ‘경고 및 시정조치’ 처분을 내렸다. 이 전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개인 신상 문제로 이 전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75일간 대법원장 공석이 이어졌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중단되는 등 사법부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전 후보자가 법원 전체에 큰 부담을 줬다는 얘기다. 30년 이상 재직한 고위직 판사로서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이다. 이 후보자가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꼈다면 누군가가 대법관 후보로 천거했더라도 고사했어야 했다. 법원 구성원들과 국민이 이 전 후보자의 처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다.
대법관은 대법원장 못지않게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대법원장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대법관으로도 부적합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27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제청 인원의 3배수 이상 후보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게 된다. 이 전 후보자가 지금이라도 성찰하고 반성한다면 굳이 심사 결과를 기다릴 것 없이 스스로 뜻을 접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한때 사법부 수장 후보 자리에 이름이 올랐던 법관이 취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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