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사실상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이 16일 6선의 추미애 당선인과 5선의 우원식 의원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조정식 정성호 등 다른 친(親)이재명계 의원 2명이 추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일제히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조 의원은 누구보다 의장직 출마에 열의를 보였으나 12일 오후 추 당선인과 단일화 회담을 하고 사퇴했다. 정 의원은 조 의원에 앞서 같은 날 오전 후보 사퇴 입장문을 냈다. ‘찐명’으로 평가되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두 의원을 각각 만나 물밑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지도부가 국회의장 선거에 직접 관여하는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추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다가 그를 징계 처분했으나 이 처분은 법원 항소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추 당선인의 윤 총장 찍어내기 시도는 정치적 역풍을 불러 오히려 윤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민주당 내에선 당초 추 당선인의 출마를 부담스러워하던 친명계 의원이 적지 않았으나 대안이 사라지면서 추 당선인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추 당선인은 최근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립적이고자 노력했던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들을 향해서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우를 범했다”며 비판했다. 의장이 되면 당적을 갖지 못한다는 국회법 규정은 2002년부터 시행됐다. 역대 의장들이 항상 중립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능한 한 중립적이 되려고 노력은 했다. 그런 노력 자체를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이 새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보유함에 따라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 대통령도 국회 다수당도 권력을 최대한 행사하기보다 일정한 선에서 자제해야 대립을 피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대통령을 향해,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 다수당을 향해 권력 행사의 자제를 요구해야 할 사람이 국회의장이다. 국회의장의 중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 ‘중립 필요 없다’는 사람의 출마가 대통령과 국회를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몰고 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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