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전격 교체됐다. 어제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39명에 대한 인사에서 새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옮겼다. 명품백 의혹을 수사하던 김창진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담당한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모두 일선 수사와는 거리가 먼 자리들이다.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내면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하던 성남지청장으로 재직한 뒤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수사 등을 지휘했다.
이번 인사는 시기부터 예사롭지 않다. 야당에서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최근 김 여사 관련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송 지검장에게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이달 내로 수사를 마무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이 어제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소환하면서 김 여사에 대한 출석 통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할 경우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 검사장과 차장들을 한꺼번에 이동시킨 것은 그 의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해석과 갑론을박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김 여사 조사를 놓고 송 지검장과 용산 간에 갈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온 터다.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김 여사 수사 처분과 관련해 내부에서 이견이 있어서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더욱이 이번 인사는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임명된 지 불과 엿새 만에 이뤄졌다. 민정수석이 사정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수단이 인사에 관여하는 것이다.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내 검찰 인사에 밝은 김 수석이 오자마자 고위급 검사 인사가 대규모로 이뤄진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처분을 바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다. 과연 이번 검찰 인사가 이런 민심에 부응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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