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그렇지만 소통은 원래부터 안 되는 게 정상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근 ‘숙론’이라는 책을 낸 동물학자이자 생태과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한 말이다. 대화를 통해 정치적 타협점을 찾아가기보다는 당파로 나뉘어 정쟁을 일삼는 현 정치 행태를 비판한 그는, 그래서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 나가려는 ‘숙론(熟論)’을 그 대안으로 내놨다.
아마도 최 교수가 7년 만에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온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를 봤다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을까. 시저가 사망한 후 수백 년이 흐른 뒤 진화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유인원들의 새로운 구원자로 성장해가는 노아(오언 티그)의 모험담을 담은 작품이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제국을 건설하려는 프록시무스에 의해 부족이 노예로 끌려가자, 노아는 이들을 해방시키려 나서고 그 과정에서 인간 소녀 노바(프레이아 앨런)를 만난다. 유인원인 노아와 인간인 노바는 공공의 적 앞에서 협력하지만, 서로 다른 종으로서의 팽팽한 긴장감을 지우지 못한다. “유인원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앞에 이들은 다른 입장에 서게 된다. 공존의 삶을 배워 온 노아가 노바에게 협력의 손을 내미는 반면, 노바는 그 마음을 알면서도 인간의 지위를 회복하고픈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고 그토록 탈출하려 했던 혹성이 지구였다는 걸 알게 되는 충격적인 엔딩을 우리는 이미 1968년에 나온 ‘혹성탈출’의 첫 작품으로 본 바 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흘렀지만 현실은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저 노아와 노바처럼 여전히 공존과 소통이 어려운 현실 앞에 최 교수가 말하는 숙론은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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