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민수]AZ 백신 사라져도 잊지 말아야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6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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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7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 자체를 완전히 접는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2020년 1월 전 세계 대유행을 일으킨 지 불과 약 1년 만인 2021년 1월 4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접종됐다. 국내에서는 같은 해 2월 26일 첫 접종이 이뤄졌다.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새 백신 개발에는 통상 10여 년이 걸렸다. 하지만 인류가 직면한 현실의 위기에 의학자들과 과학자들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고 1년 만에 백신이 나왔다. 물론 긴급 승인이라는 피치 못할 절차적 간소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랬던 백신이 3년여 만에 일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셈이다.

AZ 백신은 이후 개발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에 비해 저렴하고 보관, 운송도 쉬웠다. 그랬기에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많이 도입됐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2021년에만 전 세계에서 63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분석됐다.

AZ는 여러 변이용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고 있어 AZ 백신 수요가 감소한 상황을 시장 철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일부 외신과 전문가들은 AZ의 코로나19 백신 시장 철수를 놓고 매우 드물게 발생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부작용을 거론한다. 영국 법원이 최근 AZ의 백신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긴급 승인까지 신속하게 이어진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AZ는 “이번 결정이 부작용과는 관련 없다”고 못 박았다.

AZ 백신의 부작용 여부는 이후 정밀한 연구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만에 백신을 개발해 감염병과 인류의 전쟁에 반격을 시작한 의학자, 과학자들의 노력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빠른 백신 접종으로 혜택을 받은 절대 다수 사례는 잊혀지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만 부각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대다수 바이러스 학자들과 백신 전문가들이 AZ의 백신에 대해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아마 수천만 명의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사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 “이는 놀라운 성공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그 성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애덤 핀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는 “감염병이 물러나면 사람들이 백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어버린다는 게 백신의 역설”이라며 민주주의와 유사하다고 했다.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겪은 최근 3, 4년의 경험은 다음에 나타날 미지의 감염병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교훈을 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예상하지 못한 피해,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일보한 과학기술과 연구 노하우, 역량의 축적 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두 번 다시 아이들이 장기간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az 백신#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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