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의 도시 경주, 내년 APEC 유치할 최적지[기고/이철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9일 23시 15분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1개국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기회에 무엇을 선보일지, 어떤 메시지를 강조할지 외교당국 등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20년 APEC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통해 무역·투자, 혁신·디지털경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3개의 목표를 내놓았다. 대한민국은 무역 투자로 발전했고 혁신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며, 이는 기후 변화와 전쟁 속에 인류 전체가 고민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 첫걸음은 자원을 고르게 배분하고 동반 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선진국이 후진국 자원을 착취하지 말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이를 세계사에 증명하고 있는 나라다. 원조를 받다가 주는 나라가 됐으니 이제 선진국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상황도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 우리는 자원과 권력을 수도권에 집중시켜 빠르게 성장했지만, 출산율이 매년 세계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청년들이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모여들어 끝없이 경쟁하니 결혼도 출산도 너무 힘들다. 각 지역을 발전시켜 태어난 곳에서 꿈을 이루며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문화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공감과 친밀감을 선사한다. 마침 한류 문화가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자유와 평화, 지속 가능한 성장 등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이번 APEC에서 한류 문화의 정수를 선보여야 한다.

이와 같은 철학들은 APEC 개최 도시 선정에서부터 드러나야 한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상징할 수 있는 지방 소도시,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아시아태평양 30억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경북도는 경주야말로 APEC 정상회의가 열릴 최적지로 판단하고 일찌감치 유치에 나섰다.

가을 경주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정취를 제대로 보여준다. 불국사 단풍길은 대통령 부인들이 감탄할 것이다. 천년고도 경주는 대릉원, 첨성대, 월정교, 동궁과 월지 등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이다. 황리단길에는 많은 나라의 청년들이 한복을 입고 걸어 다니며 역사 문화를 즐긴다. 우리에겐 익숙한 모습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이국적이고 강렬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것을 APEC 참여 각국 인사들이 느끼게 될 것이다.

또 경주는 국가에서 지정한 국제회의 도시로 대형 컨벤션센터가 있고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정상회의가 열릴 보문단지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동 거리가 짧아 경호 문제에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년), 인도네시아 발리(2013년), 베트남 다낭(2017년) 등 소규모 지방 도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해 온 APEC의 포용성을 대한민국 경주에서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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