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연패 정당.’ 국민의힘 얼굴에 찍혀 있는 낙인이다. 20·21·22대 총선에서 연속 패배하면서 얻은 불명예다. 그사이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당명도 세 차례나 바뀌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원인을 살펴보겠다면서 ‘반성문’ 격인 총선 백서를 쓰기 위해 당 특별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연일 삐그덕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당내에선 “백서가 나오기는 할까”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6월 말 7월 초’ 열리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과 불통,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전략 부재 중 어떤 것을 넣고 뺄지, 어디에 방점을 두고 기술할지 등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그 와중에 조정훈 백서특위 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시사하자 친한계를 중심으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논란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조 위원장이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한동훈 공동 책임론’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현명하신 주권자 국민께서 21대 총선보다 6석을 더 주셨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영환 전 공관위원장이 백서특위 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지역구 기준으로 21대 총선(84석) 때보다 6석 더 많이 얻은 건 사실이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4년 전(103석)보다 5석을 더 얻었다. 그러나 4년 전은 코로나 정국 때 야당으로 치른 선거였고, 이번엔 수많은 정책 수단과 정보력을 갖춘 집권 여당으로 치른 선거라는 점이 다르다. 범야권에 192석을 내준 건 집권 여당으로선 헌정사에서 가장 큰 패배다. ‘수포당’(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당이 ‘6석’ 운운하는 건 민심과는 동떨어진 초현실적 시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4년 전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그해 8월 208페이지에 달하는 총선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미래 비전 제시 미비 △효과적인 전략 부재 △불공정한 공천 논란 등을 주요 패인으로 꼽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반성문을 쓰고도 또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는 데 있다. 혁신을 실천하지 않은 결과다.
▷국민의힘은 2년 뒤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 일 년 후엔 대선도 치러야 한다. 국민의힘에 쇄신은 무슨 구호이거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냉철한 자기 반성은 어물쩍 지나치려 하면서, ‘대표 잿밥’으로만 눈길이 향하고 있다. 입으로만 하는 개혁을 넘어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혁신이 시급한데, 행동은 보이지 않고 어이없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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