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접구매 규제 논란에 대해 정부가 어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어린이 제품과 생활용품 등 80개 품목 중 안전성 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6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는 80개 품목 중 KC 인증(국가통합인증마크)이 없는 제품은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는데 “KC 인증 의무화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3일 만에 철회한 것이다.
해외 직구 시장이 연간 7조 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정식 수입품과 달리 안전 인증을 거치지 않는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관세청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404개를 분석한 결과 24%의 제품에서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 서울시의 해외 직구 제품 안전성 조사에서는 어린이 장식품에서 기준치의 270배가 넘는 환경 호르몬이, 어린이용 장난감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한해 유통을 금지하고 쇼핑몰 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면 될 일이다. KC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정부가 어제 인정한 대로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과잉 규제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더구나 1만 원을 줘도 냉면 한 그릇 사 먹기 힘든 고물가 시대여서 싸게 해외 직구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대책의 파장이나 부작용을 두루 검토하지 않은 채 덜컥 발표부터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철회하면 어떻게 정책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해외 직구 금지 논란이 일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셜미디어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무식한 정책”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맹비난했고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인은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책 발표 때는 가만히 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늦게 한마디씩 보태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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