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소속 중앙징계위원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대응과 관련해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정직 처분을 의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징계위는 17일 경찰청에 이런 내용의 징계 처분 의결 결과를 통보했다. 2022년 10월 29일 참사가 발생한 지 566일 만에야 김 전 청장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김 전 청장은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다수의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았고 사고 직후에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원 참사로 기소된 경찰관들 가운데 최고위직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뒤늦게 징계를 받게 된 것은 검찰의 처분이 늦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1월 검찰이 그를 불구속 기소한 뒤에 징계가 청구됐다고 한다.
경찰이 김 전 청장을 송치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당초 김 전 청장을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대검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라’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이후 담당 검사장이 교체됐고 사건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검찰 내에서 의견이 충돌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결국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를 권고한 뒤에야 검찰은 김 전 청장을 기소했다. 검찰이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청장은 참사 이후에도 1년 넘게 서울경찰청장직을 유지하다가 기소 이후에야 직위 해제됐다. 경찰이 검찰의 결론을 기다렸다가 대응을 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경찰이 검찰 핑계만 댈 성격의 사안은 아니다. 수사를 받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나 징계 청구는 기소 여부가 정해지기 전이라도 가능하다. 떠밀리듯 조치를 취할 게 아니라 경찰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이미 현업에서 배제된 김 전 청장에게 정직 처분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징계하는 흉내만 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와도 지나치지 않다. 159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일에 검경이 이렇게 느슨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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