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이 끝났다. 시청률이 25%에 육박했다고 한다. 눈물의 여왕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었을까. 특히 그 주인공인 백현우(김수현)는 왜 그렇게 사랑받았을까. 그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하면 15회의 마지막이 그의 교통사고로 끝났을 때, 인터넷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난리도 아니었다. 솔직히 그 드라마 작가는 좀 무서웠을 것 같다.
백현우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잘생겼고,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로 너무 똑똑하고, 착하고 겸손하고, 더구나 어떠한 어려움에도 지칠 줄 모르고 홍해인(김지원)만을 사랑하고 지키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잘난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나 사랑해 준다면 어떤 여성, 아니 어떤 인간이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제3자 입장에서는 사실 그것들을 다 가진 백현우는 조금 재수 없을 수도 있었다.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여자 입장에서는 배 아프고, 같은 남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왜? 미워하기엔 그는 너무나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백현우는 회당 2.5회, 약 40회를 울었다고 한다. 그 똑똑하고 잘난 사람, 자기 혼자만 생각하면 아무 어려움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을 희생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엄청 울었다. 특히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따지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홍해인이 자신의 병을 발표하고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을 때,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에게 백현우는 사과한다. 평소에 자신을 미워하던 장모가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냐. 무슨 꿍꿍이로 속였냐’고 비난할 때 백현우는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열하는 장모를 안아주며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사실 백현우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는 부모를 걱정하는 홍해인의 의사를 따라준 것밖에 없다. 억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오히려 자신의 ‘없는’ 잘못을 사죄했다.
인과관계를 따지자면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은 이러한 행동과 말에서 우리는 백현우의 마음, 그리고 사람됨을 읽는다. 그 중심에 한국인의 심정중심주의가 있다. 겉에 보이는 행동에 만족하지 않고, 그 뒤에 숨겨진 마음이 따로 있을 거라 믿고 그것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고 평가한다. 영어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 ‘진심’을 날마다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피곤하기도 하다. 눈에 명확히 보이는 결과와 행동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진심까지 보여달라 한다. 그래서 때로는 자기 책임이 아니어도, 합리적이지 않아도 손해까지 보면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어찌 보면 머리가 좋고 배운 게 많을수록, 냉철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진심을 요구받을 때 더 당황할 것 같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과연 백현우는 바보라서, 합리적이지 않아서, 책임감이 없어서 그랬을까. 우리가 무엇에 감동하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한국인의 마음을 모르는 리더들은 자신이 왜 미움받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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