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개발은행과 손잡고 환경산업 해외 진출을[기고/최흥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3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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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최흥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세계은행(WB) 고위급 인사가 한국 홍보관을 찾았다.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홍보관에 전시된 무동력 정수 장치였다. 그는 “총회에 오기 전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하고 왔다”면서 이들 지역에선 오염된 물을 정수하지 않고 음용수로 사용하는데 전기가 없는 곳이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또 “이런 무동력 기술이면 현지 맞춤형”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이 인사를 지난해 10월 세계은행이 주최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이 공동 후원한 ‘자원순환 세미나’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세미나에선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에서 경험한 많은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자원 순환에 중점을 두고 소개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저급기술(low-tech)부터 고급기술(high-tech)까지 한국이 축적한 다양한 기술과 경험이 개발도상국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개도국 환경 문제 해결과 기후위기, 물, 플라스틱 폐기물 분야 협력을 제안해 왔다.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이 그만큼 국제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7년부터 세계은행을 포함한 주요 다자개발은행(MDB)의 제안으로 환경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 폐기물 관리방안 마련 사업을 하고 있고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는 가나 섬유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선 급속 소규모 정수처리 사업도 한다.

다자개발은행은 개도국 환경 현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자개발은행이 2023년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 은행의 기후금융 규모는 2022년 기준 997억 달러(약 134조 원)로 2020∼2022년 사이 1.5배가 됐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이 다자개발은행에서 발주하는 환경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다. 초기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진입 후에는 지속적으로 사업 기회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도전해 볼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런 국내 환경기업의 도전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2년부터 ‘한-다자개발은행 그린협력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다자개발은행별 녹색산업 분야의 사업 추진 방향과 주요 프로젝트 현황을 공유하고 개도국에서 활용가능한 한국의 정책과 기술 등을 소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동 협력 사업을 발굴해 국내 환경기업이 더 쉽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지원한다. 올해는 다음 달 3,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하는데 환경기업이라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참여해 봄직하다.

이 밖에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업이 진출 희망지역과 국가의 경제적·사회적 수준에 적합한 기술과 경험을 제안하면 타당성 조사, 마스터플랜 수립, 현지 실증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가나, 콜롬비아 등 5개국에 설치된 해외사무소는 프로젝트 발주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애로사항 해결도 도와준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해외 진출에 활용했으면 한다.
#다자개발은행#환경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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