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차기 국회의장이 할 일, 해선 안 될 일[오늘과 내일/조진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3일 23시 06분


코멘트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정치는 퇴보하고 있고 위기다. 이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한국만큼 강한 국가도 없다. 정치만 3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 문제는 그다음 질문에 있다. 한국 정치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 정당, 국회, 정치인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다수당과 소수당 등의 기준에 따라 책임을 묻는 대상과 논리가 달라진다.


중립성 안 지키면 국회 신뢰 회복 힘들 것

국회는 정치철학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대의기구이다. 한국 정치의 난제가 소용돌이치는 곳이다. 그래서 국회 신뢰도가 가장 낮은 특징을 보인다. 한국 정치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면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22대 국회를 대표할 차기 국회의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22대 국회가 또다시 최악의 국회라는 기록을 경신하지 않기 위해서 우원식 차기 국회의장은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첫째, 국가서열 2위로서 국회의장의 권위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대표한다는 점으로부터 나온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에 선출되면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 국회의장이 특정 정당에 소속되면 중립적으로 국회 운영을 하기 힘들다. 우 의원은 후보자로 선출된 날 “나도 아직 민주당 당원”이라며 “민주당 법안을 반드시 국회서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이 국회의장 취임 후에도 이런 당파성에 얽매인다면 여야가 함께 공존하는 국회의 권위를 수장으로서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전직 국회의장들이 타협, 조정, 중립성을 강조하였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전 국회의장들과 다른 길을 걷고자 했던 국회의장 후보가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선호와 이해관계를 가지는 국민이 존재한다. 정치권이 갈등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은 너무 쉽게 하나의 국민만을 상정하고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피력한다. 국회에서 다수의 힘으로 일방적인 결정을 하면 많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 차기 국회의장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쉬운 정치보다는 소수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힘든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어느 한 편의 열렬한 지지보다는 모두가 만족하지 않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셋째,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성과가 아니라 얼마나 민주적인 과정을 거쳤는가로부터 나온다. 정치는 정성을 들이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국회의원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큰길을 만드는 국회의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넷째, 여야 간에 다양한 만남을 주선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국회 내에서 정당을 초월한 만남과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문화,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해 초당적 만남을 주저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차기 국회의장은 국회에 새로운 교류와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적임자이자 책임자다.


여야 간 만남 주선하고 갈등 조정 나서야

다섯째, 국회의 윤리 수준과 법 준수 의식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국민이 법을 준수할 이유가 없어진다. 차기 국회의장은 국회가 스스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준법의식을 갖추기 위한 자정 노력과 실천을 엄격히 촉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기 국회의장은 전직 국회의장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국회 운영과 관련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차기 국회의장이 고민하는 부분을 전직 국회의장들도 고민하였을 것이다. 지도자가 다양한 경험과 해법을 접하고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은 중요한 미덕이다.
#우원식#차기 국회의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